글/ 최유진 (미술세계 기자)

유난히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주말 오후 데이트를 하러 가는 듯한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여성스러운 상큼한 모습으로, 낯설음 보다는 친근감으로 다가온 작가 정지현.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이중적이고 모순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깨지기 쉬운 알이 경사진 철판 위에 올려져 있는 형상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과 불안감을 나타냈던 초기 작업에서부터 하얀 바탕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는 붉은 가시의 현재 작업까지, 이들 모두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신화 속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에 관한 이야기로 자신의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다. 처녀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이름 코레. 코레의 아름다움에 반한 하데스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석류를 먹이고, 그녀는 하데스의 아내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에서 강하게 시선을 끄는 날카롭고 붉은 가시는 코레의 처녀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며 작가의 작업에 나타나는 붉은 점 같은 것은 부드러움을 방해하는 곰팡이 등의 이물질 같아 보이는 동시에 하데스가 코레에게 먹인 석류의 알 같아 보이기도 한다.

질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특히 눈으로 보여지는 촉각적인 느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작가는 그것이 자신의 심리적인 부분과 맞닿는 순간 모티브를 얻는다고 한다. 시각적인 촉각성이 소재를 끌어당길 때 자극을 받는 것이다.

"내 작품은 표준적이고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은 여성으로서 작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나.

작가가 나에게 준 친근함은 바로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대신 풀어주고 있음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