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섭 (미술평론가, 한국미술연구소 소장)

정지현은 30대 여성 화가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선두에 속한다. 특히 최근 선보이고 있는 ‘사막의 정원’ 시리즈 역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은 하나같이 창백하다. 가시 끝자락에 핏방울을 붙였거나, 식물 표면에 검버섯처럼 핀 얼룩과 빨간 곰팡이 일색이다. 보이는 형상 쉽다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현대인의 불안감, 작가 개인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무기력함…. 비록 화려한 치장으로 새와 곤충을 유혹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 정원에 새로운 ‘생명의 봄’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핏빛 가시를 머금은 꽃들은 처량한 아름다운 향기를 뿜고 있을지라도, 그 이면엔 이미 따뜻한 생명의 온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신기루 같은 감각의 환영을 보여주는 정지현의 작품은 그 개성만큼이나 미술 시장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받는다. 작가의 주제 의식이 뚜렷이 표현된 작품 ‘사막의 꽃, 스며들다’의 경우 1천만원 정도. 좀 전에 흡혈을 마친 것처럼 촉수 끝에서 뿌리까지 선홍빛 핏줄기가 그대로 남은 작품이다. 그 날카로운 촉수들은 마치 환영의 세계와 현실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아닐까.  

 

글/ 홍경한 (미술평론가,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작가 정지현에게 꽃과 식물들은 창백한 공간 속 현대사회 속 어딘가에 숨겨진 욕망과 공포와 불안 등을 속속들이 들춰내는 실존의 도구로서 활용된다. 핏빛 가시를 세운 선인장, 혈(血)의 포자를 방출시키는 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과 의자, 보석, 서랍장 등의 사물은 가상의 세계이면서도 현실을 일깨우는 매개이며,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부드럽게 더듬으면서도 날카롭고 불길한 감정의 양면성을 전달하는 불편한 감내의 대상이다.  

정지현은 초기, 화면에 솜이나 거울, 유리병 속에 알과 물고기를 배치시켜 ‘낯선 공간 속의 안식’을 그렸고, 이후 ‘페르세포네의 밀실’이라는 자신의 방(room)으로 공간을 바꿔 서랍과 베개, 의자, 홀씨, 붉은 곰팡이 등을 출현시켰다. 2006년부터 2년간은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생물들을 본격적으로 표현하며 ‘사막의 봄’ ‘사막의 꽃’과 같은 삭막한 시공간을 표출시켰다.  

근작 ‘사막정원’에선 붉은 가시의 수선화 변종들을 통해 더욱 세련되고 정리된 자신만의 언어를 확연하게 드러냈는데, 이 같은 변화들은 그의 작품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그림은 2005년 4백만~7백만원에서 거래되다, 현재는 8백만~1천만원선으로 상승했다. 끊임없이 갈구하는 내면의 철학과 예술성이 작품에 올곧이 이입된 점이 작품가를 올리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